An April I sent you
4월에 보내는 편지
26년은 참 묘하다.
나를 미워하기도 하는건지, 먼저 도망치듯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시간이 잘 가준다는 건, 그만큼 견딜 수 있다는 뜻일 테니까.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군대 이후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걸.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우리는 변할 거라는 걸.
시간이 빠르면, 사람도 빠르게 바뀐다.
환경도, 관계도, 그리고 나 자신도.
이제는 그런 이야기들이 조금은 지겹다.
사람 이야기, 환경 이야기
그 익숙한 말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미국은…
어느 순간부터 희미해졌다.
그곳에서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제는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
“너 정말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해도,
아마 나는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카메라를 내려놓을까, 생각했다.
이제는 사진 속에서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너무 오래 단순하게 살아서일까.
세상도, 감정도, 장면도
그저 단순하게만 보인다.
그래서
그저 재미로 찍을 바엔,
아예 찍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낭만보다 현실을 살고 싶은 것 같았다.
그래도
카메라는 아직 나의 일부다.
그래서 이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하나님을 떠올린 것도, 참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라는 사실조차 모를 만큼
정신없이 살아왔다.
주말이 없는 삶 속에서,
교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식사 전에 기도하는 일조차
잊고 지낸 날들이 쌓여 있었다.
아, 나는
붙들릴 곳이 있어야 버틸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만약 편안함을 원했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어야 했다.
그래도
이곳에 온 이유가 있겠지.
이런 시간도,
내 삶의 일부일 테니까.
아직 4월은 오지 않았지만
어차피 시간은 또 아무렇지 않게 흘러갈 것이다.
휴가에서 돌아오고,
근무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4월도 지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생각이 남아 있을 때 미리 적어둔다.
마치 품고 있던 꽃가루가
바람에 흩어지듯,
당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잡생각들도
멀리, 더 멀리 흩어지는
그런 4월이 되기를.